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낌변 독서

[북리뷰]럭셔리 인플루언서들의 본 모습이 궁금한가요?

 

사랑스러운 핑크색 표지

 

인스타 걸
국내도서
저자 : 김민혜
출판 : 안전가옥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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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이 리디북스 베스트셀러에 계속 올라와 있어서 눈에 밟혔더랬다. 사실 국내 작가의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라 애써 무시하다가(?) 우연히 책 소개를 들어가게 됐는데 아래 동영상을 보고 "어머! 이건 읽어야해!"하고 바로 결제 💸

 

핑크색 표지도 맘에 들고 목차를 해쉬태그로 단 것도 센스 💕

 

인스타걸 목차 1
인스타걸 목차 2

 

“긴 시간 동안 인스타그램의 수많은 팔로워들을 보면서 떠올린 건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자크 라캉의 말이었다.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자, 주체를 단단하게 하고, 때론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타인의 욕망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성향과 그 욕망의 방향성은? 무엇이 내 욕망인지 모른 채 타자의 욕망에 다다른 순간 아무것도 없이 투명해지는 모습을 그려 내고 싶었다.” 

작가가 인용한 라캉의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말에 가장 걸맞는 SNS가 인스타그램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닮고 싶은 여자, 갖고 싶은 명품, 가고 싶은 여행지, 맛보고 싶은 맛집이 보이면 없던 욕망이 생겨나 저장해두니까.

 

3년 남짓 열심히 인스타그램을 해서 이제 7천명이 넘는 팔로워를 갖고 있는 나 같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여기저기에서 나, 내 인친, 럭셔리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완전 허구의 드라마라지만 작가가 “취재”했다고 한 것처럼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인플루언서들의 가십을 잘 버무려 놓았다. 강용석과 도도맘에 관련된 판교대첩도 오버랩되고 기자한테 들은 모 재벌2세 첩의 엄마도 오버랩되고 직접 목격한 그들만의 세계도 오버랩되고. 그 와중에 깨알같이 샤넬 보이백이나 반클리프 팔찌 같은 최신 유행 패션 아이템들이 등장하는데 본인의 패션 트렌디 지수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

 

주인공인 조가비는 흙수저도 아닌 "일회용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지방에서 올라와 강남역 후미진 곳의 네일숍에서 월급 150만 원을 받고 일하는 20대 여성이다. 이 책은 조가비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인스타 셀렙인 유진주가 네일숍에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 가비의 친구들인 나원장이나 훈이 대표하는 인스타 안하고 열심히 사는 소시민(?)들은 인간의 향기가 나는 좋은 사람들이고 가비가 유진주랑 엮이며 사귀게 되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은 화려해 보이지만 어딘가 다 문제가 있는, 인간의 향기가 아닌 조말론의 향을 뿜는 가식적인 존재들로 대비된다. 

 

솔직히 고백하면, 유진주 같은 사람이 되길 꿈꿨던 적도 있다. 완벽한 외모와 스펙을 갖춘 멋진 법조인! 👩🏻‍💼 법대 다닐 땐 금발이 너무해의 엘 우즈? 사시 패스한 뒤엔 검사 프린세스의 김소연? 그 꿈엔 당연히 완벽한 남자와의 결혼도 포함되어 있었지. 💍 돈만 빼면 나름 금수저(?)라 자기최면을 걸면서 백조처럼 힘든 티 안 내면서 물 밑에서 아둥바둥. 그렇게 살았던 20대-30대 초반의 내가 귀엽게 보이는 40대가 된 지금에 와서 느끼는 건 어쨌든 열심히 살았던 세월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양이 많지 않은데다가 재밌고 흡입력도 있어 2시간도 안 걸려 단숨에 읽어내렸는데 대부분의 칙릿이 그렇듯이 딱히 남는 건 없지만, 작년에 나름 히트쳤던 “#메이드인강남”처럼 한번 읽어볼 만은 하다. 😉 다만 인스타그램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어서 인스타의 폐해보단 혜택을 더 많이 경험한 나는 공감 안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너무 뻔한 결말. 여우와 신포도 우화가 두 번 정도 인용되는데 유진주는 진짜 신포도였다는 🍇

 

낌변 별점: ★★★

한줄 서평: 인스타그램 허세녀와 허세남 까발리기!